혼밥이 익숙한 나이가 되었지만
친구와 자주 가던 최애 쌀국수 집에서
최근 혼밥의 맹점을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와
절교 아닌 절교 상태로 지낸 지도 어언 7년.
소식이 끊긴 그 친구는 어떨지 몰라도
받은 게 많은 나는 그 친구가 많이 보고 싶다.
주변인들은 나에게 당장 연락해보라고 권하지만
난 용기가 없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서로에게 멀어진 사이
각자의 인생이 많이 달라져 있기도 하고.
혼자 간 포358에서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2인석을 찾아 앉았다.
기둥에 맞춰진 벤치 의자에 앉고 보니
친구와 앉았던 자리구나, 생각이 났다.
늘 먹는 소고기 쌀국수 작은 사이즈(보통)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를 기다렸다.
물 대신 자스민 차가 나오고
소스 통은 늘 가득 차 있는 상태로 온다.
저녁에 가면 저걸 채우고 있는 직원분을 볼 수 있다.
양파 절임과 단무지,
레몬, 고수, 홍고추 등은 모두 셀프다.
소고기 쌀국수 보통 사이즈 6천 원.
국물이 진하고 시원하다.
난 늘 만 원짜리 쌀국수들보다
여기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왔다.
최애 쌀국수 집인데
사장님들이 그렇게 친절하진 않다.
좀 퉁명스럽달까. 그에 비해
최근 들어온 직원분은 좀 더 싹싹하고
친절하단 느낌을 받았다.
예전과 달리 매운맛이 좋아져서
일단 빨간 소스를 넣은 뒤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1도 얼큰해지지 않은 것 같아
호기롭게 홍고추를 가지러 갔다.
예전에는 기본으로 들어 있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아무 생각 없이 반찬 담듯
홍고추를 많이 담았다가
막판에 정신을 차리고 조금 덜어 냈다.
가져온 홍고추를 다 붓고 먹고 있는데
세상에 너무 매운 것이었다.
뜨거운 거 먹으면 콧물 폭발인데
홍고추 덕분에 콧물 2배로 대폭발.ㅋㅋㅋㅋ
친구가 있었다면
"너 그거 다 넣으면 엄청 맵다~ㅋㅋ"
이렇게 얘기해줬을 텐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청승이라고 생각하자.
이날 국물 맛도 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떠날 때가 되었는가 싶었다.
비린내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곳이었는데
알 수 없는 비린 맛을 느꼈다. 원인이 뭐였을까?
친구는 떠났고, 나도 이곳을 떠나면
나만 붙잡고 있던 우리의 추억은
결국 사라지게 되겠구나.
흔한 혼밥일 뿐인데 의미 부여가 많은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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