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조금 풀린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연남동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1시에 예약한 곳이 ㅇㅅㄷㅅㅁㅍㅅㅌ라고 해서
"정답! 오순도순밀파스타?" 라고 했지만
웃음거리만 되고 말았다. 흐흐흐.
검색해보니 이석덕생면파스타였다.
가성비로 유명한 곳 같았다.
우리는 가좌역에서 걸어가는 중이라
중간에 터널이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는 연트럴파크, 오 기분이 새로워.
나니아 연대기에서 옷장을 연 느낌이었다.
<예고> 초딩처럼 시간 순서대로 쓰는 오늘의 일기.
온통 세상이 가을로 변해 있었다.
감나무엔 감이 탐스럽게 열렸고,
사루비아 꽃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 꽃도
하늘을 향해 솟아나 있었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함께 꽃대를 꺾어
꿀을 쪽쪽 빨아 먹었던 기억 속 그꽃.
부제: 나 혼자 가을 갬성에 취한 하루.
울긋불긋 물든 차분한 연트럴파크를
따라가다가 드디어 목적지를 발견했다.
이탈리아에서 학교를 나온 셰프가
직접 면을 뽑는 곳이라고 들어서
매우 기대가 됐다.
어디에 앉을까 하며 잠시 내부 둘러보았다.
외부 테라스 자리도 손님이 있었고
내부에도 벌써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방은 매우 바빠 보였다.
날씨가 좋아서 야외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우리는 2인 스테이크 세트를 골랐다.
기본 가격이 28,700원이고
파스타 2개를 고를 때 각각 추가 요금이 있다.
우리는 라구 볼로네제 (2,000원 추가)와
생트러플 크림 파스타(4,000원 추가)를 골랐다.
주문은 매장 내 키오스크로 하면 된다.
예약 손님 서비스로 나온 식전 플레이트는
이름은 모르겠으나...
직원분이 우리 앞에서
치즈를 직접 갈아서 얹어주셨다.
라구 볼로네제 파스타가 제일 먼저 나왔다.
자극적이지 않고 짜지 않고 깔끔하게 맛있었다.
면은 생면이라 그런지 더 맛있는 느낌.
2인 세트 메뉴에 포함된 아란치니 등장.
맛 없을 수 없는 조화랄까.
그 다음은 생트러플 크림 파스타.
직원분이 트러플을 통째로 가져와서 갈아준다.
뭐라고 설명하셨는데 기억이 안 남.
트러플은 보통 눈에 잘 안 보이고
향으로 느끼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의 고급 식재료인데
직접 버섯을 들고
눈앞에서 갈아주는 퍼포먼스가 좋았다.
근데 뭐야, 파스타 맛있네.
면은 굳이 포크로 먹지 않아도 되는
짧고 굵은 면이어서 숟가락으로
소스와 함께 떠먹으면 더 맛있는 것이었다.
파스타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부채살 스테이크가 나왔다.
세트 메뉴이다 보니 큰 기대는 없었는데
꽤 괜찮았다. 만족만족.
우리 뒤 테이블에 귀여운 진도 댕댕이 손님이
점잖게 의자에 앉아 있길래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뜻밖의 대치 상태 귀여워.
그렇지만 고양이는 그 눈빛을
알아채지 못하고 떠난 듯했다.
예약자에게 주는 젤라또가 얼마 남지 않았는지,
대신해서 아란치니를 주셨다.
맛있게 다 먹었지만
둘이 먹는다 해도 양은 하나가 적절한 듯하다.
이것은 내가 음료수 대신 고른 젤라또.
레몬 젤라또를 주문서에 넣었는데
딸기가 왔지만 뭐 어때 그냥 맛있게 먹었다.
날이 추워지기 전 마지막 시기에
운 좋게 밖에서 먹으니 리프레싱이 됐다.
연트럴 파크를 거꾸로 진입하는 맛,
걷기 좋은 날, 걷기 좋은 날씨.
오늘의 점심 식사도 만족스러웠다.
이석덕 생면 파스타
마포구 연남동 453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원 버섯 매운탕 칼국수 집'씨스터 칼국수' (0) | 2021.11.04 |
---|---|
내 사랑 이케아 미트볼이 왜 그럴까. (0) | 2021.11.02 |
5월 서촌 나들이 feat. 안주마을 & 빚짜 (0) | 2021.10.28 |
고사리 삼겹살 접수 - 연남동 꿀돼지집 (0) | 2021.10.19 |
6월의 연남동 별양꾼 (0) | 2021.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