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I이자 집순이인 나는
휴일 거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집에만 있어도 참 바쁘고 시간이 휙휙 지나가버려서
‘나가 볼까?’ 하면 어느새 오후 4~5시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마침 오전 10시 30분에
미용실 예약도 했겠다,
하루를 바삐 보내보기로 마음 먹었다.
가을 하늘이 시원하고 높게 펼쳐져 있어서
집에서 썩고 있을 수만은 없는 날이기도 했고.
서울에서 내 최애 동네인 광화문을 가기로 했다.
교보도 가고 광장도 걷고
한글 간판을 쓴 스타벅스도 갈 겸.
광화문은 늘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좋다.
나는 참 가는 곳만 가고
안 가본 곳은 정말 안 간다.
특히 성수. 대학교 다닐 때 지하철 역으로
지나쳐 보기만 했지
핫플이 되고 나서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날 이런저런 이유로 찍어둔
지극히 평범한 사진들을 올려보고자
일기를 쓴다. 교보문고에서 요새 베스트셀러 흐름도 좀 보고
사고 싶은 책, 내 마음을 읽은 제목을 가진 책들을 보았다.
알베르 카뮈 에세이집이 에세이 분야 18위쯤에 있었는데
책이 너무 예뻤다. 지금도 살까 말까 고민 중…
예전 같으면 바로 샀는데 요샌 좀 재본다.
이날 책들을 들춰보며 느낀 게 있는데
내가 글 보는 걸 피곤해하기 시작했단 거다.
이건 무슨 병이지. 나는 정말 책을 좋아했는데.
알베르 카뮈가 20살 무렵? 어쨌든 20대 극초반에
사랑을 향한 열정만으로 결혼을 했다고 한다.
얼마 안 가 파국을 맞았다고 하는데
내가 워낙 결혼에 관심이 없어서 ㅋㅋㅋㅋㅋ
제목이 조금 아쉽달까….
그치만 여름은 또 못 잃기는 하는데…
암튼 책이 너무 예뻐서 위시리스트 상위권에 올랐다.
교보문고라는 은혜로운 공간을 만들어주신
신용호 창립자의 책상이라고 해서 찍었다.
올해가 돌아가신 지 20주기를 맞는 해여서
특별전을 열고 있었다.
대기업 회장님의 책상이 궁금하기도 했고
언젠간 나도 저리 될 거야라는
밑도 끝도 없는 다짐 속에
저 모습을 담아두고 싶었다.
다음 세 장은 내 머릿속 요약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 불안, 후회로 점철된 내 머릿속 세상…
절레절레….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게
‘요약‘이란 것의 중요성이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참 신기하게도
이런 디테일이 살아 있는 책을 꼭 내더라.
내 마음을 읽은 책이다 싶은 제목은
열에 아홉이 일본인 저자의 책.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급 현대인 척척박사인 듯.
아래도 일본인이 쓴 책인 -_-;;ㅋㅋㅋ
국내 여행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책을 찾다가
B9 구역에 들렀다.
인터넷엔 정말 없는 게 없지만 사막 한 가운데서
내가 원하는 바늘을 찾아야 하는 너낌이라
때로는 너무나 피곤하기 때문이다.
다음 코스는 광화문 광장에 있는 스타벅스 가기.
하늘이 이렇게 파랗다니.
배꼽시계가 요란히 울려서 뭔가를 먹어야 했다.
오늘의 여행지인 스벅으로 가는 길이다.
예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볼 일이 있어서
이 스벅에 들렀는데 그때 느낌이 참 좋았다.
다시 도착한 이 스벅.
말차 프라푸치노에 자바칩을 추가해서 옴뇸뇸.
맨 처음엔 2층에 앉을 자리가 없어서 포기.
엘베가 있고 무려 4층까지 있길래
호기롭게 4층에 도착하였으나
그곳은 옥상이었고요…
매장 내 창문뷰 자리에서 먹고 싶어서
3층에서 알맞는 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내 옆에 앉은 애 엄마가
꼬맹이에게 동영상을 틀어주고는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길래
난 이내 다른 자리로 옮겨야만 했다.
내가 듣고 싶은 카페 소음에
남의 동영상 소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폰 꼽고 노이즈캔슬링 기능까지 켰지만
바로 옆이라 빈틈을 공략해오는
동영상 소음에 화가 마이 날 뻔 했다.
그게 누구든 공공장소에서는 이어폰을 꼈으면 좋겠다.
아날로그 기분 느끼러 왔는데
느닷없이 끼어드는 남의 디지털 소음은 정말 싫다.
버스에서 이어폰 없이 방송뉴스 듣거나
지하철에서 노래 트는 어르신들도 마찬가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죠.
아.. 간만에 쓰는 일기가 이래선 안 돼ㅠ
암튼 프라푸치노를 먹었더니 너무 추워져서
얼른 나가 다시 좀 걷기로 했다.
긴 야상 재킷도 무쓸모인 내적 추위.
집에 갈까 말까 하다가 명동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대략 20분 거리라 걸을 만했다.
(집에 와서 모네 산책까지
이날 만8천보를 넘게 걸었다 ㅋㅋㅋㅋ)
중간 지점인 청계천에선
빅이슈 판매원이 계시길래 주저 없이
구매했다. 장민호 엽서까지 얹어주시는 센스!!
결제를 하고 인사를 드리는데
어르신이 90도로 인사를 하셔서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도 맞절을 했다…
늘 더 좋은 하루를 보내시길…
또다시 확 달라진 명동 풍경.
얼마 전까진 엑소더스를 맞은 폐허 같았는데
이내 회복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필수코스인 자라와 H&M,
보너스 에잇세컨즈를 차례로 들렀다.
자라에서 내 돈 주고는 절대 사지 않는
분홍색 옷이 보였는데
순간 괜찮아보여서 찍었다.
다음으로는 진짜 거의 살 수도 있는 옷을 발견.
(예전부터 발견했는데 이제 가을이 되니
정말 사볼까 싶긴 했다.)
바로 이 점퍼가 맘에 들었는데 가격이 완전 오반데?
소재가 뭔가 봤더니 겉감 라이오셀 100%.
납득해야 하는 부분인가 긴가민가 했지만
진짜 가격 이건 아니다.
코로나 이후 확 비싸진 자라 겉옷들.
근데 내가 이거 한국 원화 스티커 안 붙은 옷에서
56유로인가로 표시된 택 봤는데
한국에서 너무 바가지 아님?
더 반전은 이거다.
왜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다른 가격으로 파는 거죠.
자라에서 온오프라인 가격 다른 거 처음 본다.
(온라인에서도 매장에서도 잘 샀는데
이런 식이면 너무 뒤통수인데?)
매장이 만 원이나 더 비싼
그 이유가 알고 싶다.
이렇게 대형 브랜드에서 이렇게 짜치게…
영업을 한다고요…
자라 좋아했는데 정이 좀 떨어졌다.
안 사요 안 사.
헛헛한 마음에 에잇세컨즈에 들렀는데
심바를 생각나게 하는 너무 귀여운 양말이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옷은
흐앤므에서 골덴 바지 하나만 샀다.
어떤 때는 살 만한 것들이 확확 들어오는데
오늘은 영 공을 쳤다.
마음에 드는 옷 찾기 너무 힘들어.
이게 이렇게 길게 쓸 일인지 모르겠는데
나 정말 말 많은가….ㅠ
이 날의 일기 끝.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닭도리탕은 계림이지. feat.연남점 (종로계림닭도리탕원조) (0) | 2023.10.11 |
---|---|
난생 처음 스키야키 먹은 이야기. 시청역 송원. 스타벅스 환구단. (0) | 2023.09.29 |
마곡동 돼지 오마카세 ‘돈탐구소’ / 돈마카세 (1) | 2023.09.24 |
말복 삼계탕은 글래드 여의도에서. (0) | 2023.08.15 |
망원동 동경 돈까스, 맛있고 푸짐했다. (0) | 2023.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