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 숨 쉬는 만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인류의 생활(이라고 쓰고 내 생활이라고 읽자)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산책도 되고 장도 보고 아이쇼핑도 하는
즐거운 대형마트 나들이에서도,
'하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쓰레기들이
층층이 매대마다 가득하구나'
'이것들이 쓰임을 다 한 후엔 어디로 간단 말인가...'
'바다 저 아래 고래 뱃속,
거북이 콧구멍, 새들의 새로운 족쇄...'
이런 생각으로 괴로워했다.
2년 전부터 발길을 끊은 뭐든 다 있다는
싸구려 플라스틱 천국을 지나면서도,
아이스 라떼를 마시고 남은 플라스틱 컵을 보면서도
죄짓는 마음은 떠나지 않는다.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부족한 무언가.
리필 스테이션인 알맹상점에서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당장 사려고 마음 먹은 핸드크림을 담을
공병과 여분의 공병을 준비했다.
지난달엔 방문하기로 마음 먹고, 딱 도착했는데
딱 여름휴가였어... 내가 그러면 그렇지.
9월 5일, 재도전에 성공했다.
이렇게 커다란 펌프 용기에 담긴
다양한 내용물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킨 케어, 보디 용품,
헤어 제품 등등 원하는 것이 다 있다.
가져온 용기를 저울에 올려놓고 TARE 키를 누르고
0을 만든 다음 내용물을 원하는 만큼 채우면 된다.
그램당 가격이 써 있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핸드크림은 없었다.
내 눈과 동행자의 눈으로
몇 번을 확인하고 직원분에게 문의했으나
핸드크림은 없다고 했다. (왜요 ㅠㅠ)
책상에 유리병으로 놓고 쓰면 얼마나 좋은데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보디 로션을 몇 개 발라본 뒤
여름에 쓰기 좋은 가벼운 제형을
내 핸드크림으로 간택했다.
1g당 10원이었고 50g짜리 용기에
내용물을 어느 정도 담고 나니 450원이 되었다.
실화인가... 개이득...
필요의 구역을 지나 욕망의 구역으로 진입.
치실, 참 편리하게 쓰고는 있지만
결국엔 버리고 마는 치실통과
영원히 썩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 섬유로 만든 실이 내 손을 떠난 뒤에도
지구에 영생할 거라 생각하니 양심에 찔렸다.
대나무 통에 든 대나무 치실, 유리병에 든 대나무 치실.
이거다 이거. 심지어 예쁘다.
손수건도 행주도 좋은데 와입스라는
외국어가 여기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
설거지할 때도 리필용 주방세제 비닐조차
남기고 싶지 않아서
인터넷에서 설거지바를 사서 썼다.
비누인데, 비누 뻔한데, 너무 비쌌다.
그럼에도 샀다. 2개에 만 원에 육박하고
배송비 포함하면 만 원이 넘는다.
친환경의 가장 큰 장벽은 가격이다.
비누 하나에 뭐 주방세제 얼만큼
쓸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반신반의하며 스킵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한 3주 만에 비누 하나가 거덜났다.
내가 거품을 많이 낸 탓도 있겠지만
(거품 없이 설거지가 안 되잖...)
지속 가능한 '사용'에 물음표만 가득한 쓰임새...
비누라는 것과 헹굼이
매우 간편하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설거지바 문제는 다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다.
알맹상점에는 설거지바를 포함해
다양한 샴푸바와 비누가 있었다.
샴푸바는 러쉬 것을 자주 썼었는데
다시 돌아가게 될 때가 오고 있다.
인터넷에서 설거지바를 찾다가 알게 된
브랜드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가렛 호웰 핸드크림 참 좋았는데...
너를 보내고 알맹이를 채웠다.
유리병 치실은 곧 개봉박두. 마음이 설렌다.
다른 무언가를 채우러 또 가야지.
알맹상점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49 2층 알맹상점
합정역에서 갈 때는
딜라이트스퀘어 쪽에서
망원동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정육 식당이 있고 그 옆 입구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나온다.
망원역에서는 6분 거리라고
나오는 걸 보니 망원역이 좀 더 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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