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 돈까스는 이따금
'응암동 돈까스'가 생각날 때 가는 곳이다.
갈 때마다 대략 18년 전
고등학생 때 일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여기 최소 18년 넘음...)
장대비가 갑자기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여름 날
나와 친구들은 우산도 없이 비를 쫄딱 다 맞고는
응암동 돈까스로 들어갔다.
돈까스를 먹고 싶어 왔겠지만
자리에 앉을 수도 없이 비에 푹 젖은 꼴이라
주인분께 빗물을 닦아낼 것이 없는지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
가게 입장에서는 황당무계한 일.
철부지 고딩들(=나)의 어이없던 요구가
가끔씩 떠올라 민망하다.
왜 그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걸까.
아무튼 그때 그 상큼했던 인테리어가
한 번도 변하지 않고 여전하다.
허브향이 나는 것 같았던 그때 모습이
세월 따라 낡아가는 것을 보면서
이곳만 이렇게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건물주인 거 같다.
암튼 식전 수프가 나오고
돈까스 소스가 촉촉하게 뿌려진
정통 경양식st 돈까스를 먹고 싶다면
여기만한 곳이 없다.
나는 왕돈까스, 일행은 정식을 주문했다.
이 수프 맛은 너무나 정확히 잘 알고 있는데
왜 나올 때마다 설레는 걸까. 정말 의문이다.
후추를 솔솔 뿌려서 쫍쫍 먹어본다.
지금 생각났는데, 칼국수 맛집에
맛나는 겉절이가 있다면
돈까스 집엔 깎두기가 있었다.
돈까스가 맛있는 집엔 항상 저렇게 잘게 잘라진
깍두기가 있고, 맛있다.ㅋㅋㅋ
본 메뉴 등장.
아날로그적 비주얼이 구미를 당긴다.
일행 몫인 모듬 돈까스도 찍어본다.
돈까스 + 생선까스 + 함박 스테이크 구성.
한 번에 세 가지를 맛볼 수 있는 개이득 메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있게 먹고 나왔다.
엄청난 맛집이라기보다
검증된 아는 맛.
이날 어떤 외국인 청년이 홀로
들어와 메뉴판을 공부하던데...
직원분이 사장님에게 SOS를 요청하자
연세 있으신 사장님이 나와서
응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설명을 다 듣고 그 외국인 청년이 고른 메뉴는
심지어 매운 돈까스라 놀라 버림.ㅋㅋㅋㅋ
내 인생은 돈까스, 쌀국수,
버섯 샤브샤브 칼국수로 요약되는 듯하다.
소오름.
응암동돈까스
전화번호: 02-352-2414
서울 은평구 응암동 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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